중학교때 처음만나 지금까지 내 일상에 늘 함께있는 20년지기 친구와 올해 11월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이맘때쯤 자주 들었던 생각이.. 이 친구는 나에게 너무 소중한데 내가 그동안 이친구를 위해 해준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친구가 가고싶어했던 제주도로 정했고, 친구가 하고싶은것은 다 해보자라는 계획이었다. 친구는 몇달전 방영했던 효리네 민박을 보고 한참 제주도에 빠져있었다.
20년지기 친구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아들딸이 있는 이유로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했다. 평소에도 그 친구는 바쁘게 사느라고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우리는 제주공항렌트카에서 스파크를 렌트했다. 가격도 저렴했고 회사이름도 좋아?보여서 여기로 결정했다. 차를 받고 이리저리 훌터보는데 뒷바퀴가 바람이 많이 빠져있었다. ㅜㅜ 여행에서는 시간이 금인데... 렌트카회사에서는 차를 바꿔주지않고 바람을 넣어주었다. 10분정도 손해를 봤고 대신에 주유비 한칸을 할인받았다.
가장먼저 김만복 김밥집으로 달려갔다. 친구가 가장 가보고싶어하던 곳이기도 했고 숙소가는길에 있기도 했기때문. 그런데 인기많은 김만복네 김밥집은 전복이 다 떨어져서 영업을 막 종료했다. ㅜㅜ 렌트카 바퀴에 바람이 안빠졌더라면 혹시.. 먹었을수도.. 플랜비가 없었는데 빠르게 생각을 해내야했다. 메뉴는 고기국수!!
고기국수집 중에서 우리가 가야하는 동선에 있는 유명한 맛집---은 자매국수였다. 역시나 맛집에서 웨이팅은 필수였다. 배가 고팠지만 다른데 갈 시간은 없고 우리는 여기서 기다려서 먹기로 했다.
적당히 기다리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고기국수 가격은 7천원. 국수 두개를 시켜 정신없이 먹었다. 이때 친구는 너무 배가고플때 허겁지겁먹어서 채해버렸다.
고기국수를 처음 먹었을때는 딱히 맛있는줄 몰랐다. 그때는 국수 메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래도 제주도에 올때마다 고기국수를 먹었다. 점점 맛있어지더니 이제는 국수 메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고기국수, 쌀국수... 그래도 아직 칼국수는 별로다.
우리는 숙소를 정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었다.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에어비앤비에 찜해두었던 집이 다 예약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후기를 꼼꼼히 보고 우리가 결정한 곳은 두베하우스! 후기는 꼼꼼히 봤는데 우린 왜 게스트하우스인지 몰랐던 걸까... 우린 일반 에어비앤비로 생각했는데 와서 설명을 들어보니 여긴 게스트하우스였다.
우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두베하우스에 도착했고 우리를 맞이한 호스트는 우리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잘 안받아서 우리가 예약한 방이 없는데 실수로 예약을 접수했다고... 그래서 우리가 예약한 트윈베드가 아닌 더블베드라고.. ;;;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우리에게 어떤 보상도 해주지않고 그냥 방을 내어주었다. 일부러 트윈베드를 찾아서 예약하고 온건데.. 그때 당시 더블베드 룸보다 가격도 비쌌다고 생각해서(그런데 알고보니 두방 가격은 동일했다;;) 따지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기분을 망칠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닫았다.
방은 생각대로 작았지만 화장실이 크고 깨끗했다. 방안에 들어와 사진을 찍으려는데 호스트는 설명부터 들으라며 약간 차가운 톤으로 이 집의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여긴 게스트하우스지..;;) 침대 하나있는 방을 보면서 규칙을 듣고 있으려니 자꾸 기분이 다운됐다.
전에 에어비앤비로 묵었던 따뜻하고 편안했던 그런 집을 상상하고 왔는데... (제주도 숙소 후기 http://memorytorage.tistory.com/131) 그런곳이 아닌것은 확실했다. 렌트카부터 숙소까지 이번여행은 시작이 영 순탄하지 못했다.
도착한 첫날은 해가지는 바람에 못봤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마당이 아주 예뻤다. 침실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더욱 좋게 다가왔을 뻔 했다.
우리가 갔던 11월 초는 아직 따뜻했어서 꽃이 피어있었다. 제주도에는 예쁜꽃이 참 많았다.
여름에 왔을때는 만발한 수국을 볼수있어서 좋았고 밀밭에 하얀꽃이 너무 예뻤는데 가을엔 핑크뮬리, 억새가 또 그렇게 멋있다고.. 숙소 뒷 마당에는 봄에피는 동백꽃도 벌써 봉오리를 맺었다.
숙소 호스트가 알려준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남양수산 작고 허름하지만 현지 단골이 많은 듯한 맛집이었다.
돔을 먹으라고 했지만 나는 고등어회를 먹으러 왔기때문에 고등어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먹을 고등어가 회가 되고있었다. 고등어야 고등어야 미안하지만 맛있겠다 :-)
제주도 고등어회는 비린내도 없고 고소하고 부드러운게 맛이 아주 좋다. 이전에 먹어보고 그 맛을 여태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올해 다시 먹어본다.
활고등어 회를 마주하니 오전에 꼬였던 일들은 다 잊혀지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고기국수를 먹고 채했던 친구도 회와 맥주앞에서 속이 편안해짐을 느끼는것 같았다.
친구는 고등어회를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고등어 한점을 맛을 본 친구는 처음에 내가 그랬던것 처럼 신세계를 경험했다. 고등어라는 것이 이렇게 맛있는 회였나.. 먹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수없는 고등어 회의 맛! 김과 밥과 야채와 어우러진 고등어회는 고소함이란것이 폭발했다. 이제 앞으로 가을에 제주도라면 고등어 회는 무조건이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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